[류승열의 정형외과 이야기] MRI 대신 CT촬영하면 안 되나요?

보통 병원에 가서 진료를 보게 되면 환자가 의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필자 역시 하루에 70명 정도의 환자를 봐야 하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설명해주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 류승열 목동힘찬병원 원장

필자의 경우 환자들에게 의학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에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고 환자들에게 단순히 육체적인 치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치료도 같이 하려고 최대한 노력하지만 대부분 진료 시간에 많은 환자들을 봐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말씀만 드리게 된다.


그런데도 진료를 보게 되면 대기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환자와 보호자분들께서 힘들어 하시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래서 앞으로 몇 회에 걸쳐서 진료실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들, 환자들이 많이 궁금해 하는 이야기들, 정형외과 의사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한다.

◆ 허리가 아픈데 정형외과를 가야 하나요, 신경외과를 가야 하나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어디를 가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허리 아프면 신경외과, 관절이 아프면 정형외과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렇게 된 큰 이유 중 하나는 척추, 관절 전문 병원이 많이 생긴 것을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전문 병원에서 척추 치료는 신경외과에서, 관절 치료는 정형외과에서 맡아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허리는 신경외과, 관절은 정형외과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

◆ 관절이나 허리가 아픈데 동네의원을 가야 하나요, 전문 병원이나 대학병원을 가야 하나요?


증상이 경미하고 아픈 기간이 짧다면 집에서 가까운 동네의원을 방문하여 치료를 하면 된다. 필자가 정형외과 의사다 보니 정형외과 의원을 방문하여 치료하면 좋겠지만 사실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원장님이 계시는 어떤 동네 의원을 방문해도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다.


이런 경우 굳이 대학병원이나 전문병원을 방문하여 치료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고 아픈 기간이 오래 되었다면 전문 병원이나 대학병원을 가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하고 기간이 오래되었다면 몸의 상태가 그만큼 안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CT, MRI 등과 같은 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그 결과에 따라서 치료 방법이 다양하게 바뀔 수 있다. 동네 의원에서는 이런 검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꼭 상급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의사가 MRI 촬영을 하라고 하는데 비용이 부담되는데 CT 촬영을 하면 안되나요?


정형외과에서 하는 대표적인 검사로 X ray, CT, MRI 등이 있다. 환자들은 이 순서대로 더 좋은 검사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비싼 검사가 더 좋은 검사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검사들 각각은 어떤 것이 더 좋은 검사라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찍는 목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 하면 X ray는 뼈를 확인하기 위해서, CT는 뼈를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 MRI는 뼈 보다는 힘줄, 인대, 근육 등 연부조직을 자세히 보기 위해서 촬영한다.


그래서 골절이 의심될 때는 CT를 촬영하고 힘줄, 인대, 근육 등 손상이 의심될 때는 MRI를 촬영한다. 따라서 비용 문제로 MRI 대신 CT를 찍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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