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샘´s Diary’] 보건샘과 함께하는 성교육①

Z세대와 함께하는 초등학교에서는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수능 첫 세대인 나는 Z세대만이 갖고 있는 언어, 문자 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많아 가끔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보건수업 중 성교육시간에 6학년 남학생이 쪽지로 이런 질문을 했다. ‘선생님 자위는 매일 하면 키가 안 큰다고 들었는데, 그럼 1주일에 몇 번 정도 하면 키 크는 데 문제가 없나요?’ 수업 후 질문한 학생을 잠시 따로 불러서 나는 물었다. ‘너는 일주일에 몇 번 하니?’ 그러자 그 학생은 당당하게 ‘저는 매일 하는데요.’라고 대답했다.


▲ 최경수 등마초등학교 보건교사

이 학생의 대답에서 질문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 자신은 매일 자위행위를 한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키 성장에 대해 걱정되었던 것이다. 나는 그 학생의 대답에 이렇게 질문했다. ‘너는 자위하기 전에 손은 깨끗이 씻니?’, ‘뒤처리는 잘 하는 거지?’라고 질문하자 그 학생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행동이 잘못된 행동은 아니야,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행동일 수 있어,


하지만 매일 자주 한다면 너무 힘들고 피곤할 거야, 그럼 키 크는 데 영향을 주겠지, 그리고 더러운 손으로 소중한 생식기를 만지면 생식기에 염증이 생길 수 있어, 그러니 손은 반드시 씻고, 그리고 뒤처리도 너의 몫이란다.’라고 설명을 하자 그 학생은 ‘아~’라며 만족해하는 표정으로 알겠다고 말하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이처럼 학생들은 성과 관련된 질문을 예전과 다르게 자연스럽게 한다.


Z세대는 디지털원주민이라고들 한다. 이 세대의 특징은 모바일과 스마트폰이 곧 일상생활이 된다는 것이다. 디지털기기에 굉장히 능숙하고, 개인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으며, 불투명한 미래보다는 현재의 삶에 더 집중하는 세대이다. 이런 세대에게 학교 성교육은 참 어렵다.


성에 관한 지식을 스마트폰을 통해 습득하는 경우가 많지만 올바른 내용이 아닌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나는 성교육시간 전에 학생들의 궁금증을 확인하고, 해결해주면서 올바른 성인식이 길러지도록 질문 이면의 상황도 전달하는 방식으로 성교육 수업을 진행한다.


우리는 어릴 때 음식 먹기 전 손 씻기, 친구를 때리지 않기, 친구 몸을 함부로 만지지 않기 등 이런 기본 생활 습관을 가정에서 배운다. 하지만 성교육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부모는 가정에서 자녀에게 기본 생활 습관처럼 성교육을 가르쳐주기는 어렵다.


가정과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스마트폰이 일상생활인 Z세대에게 단순히 지식 전달보다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갖게 하는 성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가정에서 자녀에게 기본 생활 습관처럼 ‘경계 존중 인식’이 습관화될 수 있는 지도가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경계를 존중해주고, 경계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입학 전에 습관화되어야 한다.


Z세대 아이들을 보면 참 많은 세대 차이를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아야 되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서로가 존중하고 배려하는 일상 속에서 올바른 기본 생활 습관이 길러지듯 ‘경계 존중 교육’ 속에서 건강한 성 인식이 길러질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건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