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강사로 유명한 김창옥 교수는 영화 ‘들리나요’에 출현해 청각장애인 아버지에게 인공와우 수술을 시켜주면서 오랜 기간의 단절을 극복하고 아버지와 화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것이 비단 다큐 속에서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연구진이 연구를 통해 난청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인공와우 이식수술 이후 나아진 청력 때문에 언어인지 능력도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뇌의 피질난청이 오래 지속된 환자의 뇌를 MRI를 통해 관찰한 결과 청각 및 언어인지능력이 떨어질수록 대뇌피질 위축 정도가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팀은 난청환자의 대뇌피질 변화 양상을 인공지능으로 계산하는 방법이 고안돼 인공와우 이식수술 결과를 미리 알 수 있게 됐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로 관심을 모았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팀은 27일 미국 남가주대 신경과 연구진과 함께 서울아산병원에서 보청기로도 청력을 회복하지 못해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시행한 성인 고도난청 환자 94명의 뇌 MRI(자기공명영상)와 대뇌피질이 정상인 환자 37명의 뇌 MRI를 비교했다.
치매 환자의 경우 대뇌피질의 위축이 관찰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소견이다. 난청 환자에서 난청 기간이 길어질수록 청각과 언어인지를 관장하는 뇌 왼쪽 상부 측두엽을 포함한 많은 부위에서 대뇌피질 부피가 감소됨이 확인됐고, 특히 언어인지를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위축 정도가 적을수록 인공와우 이식수술 결과가 좋은 것이 확인됐다.
그동안 청력손상이 뇌 기능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난청 기간이 길어질수록 구체적인 특정 뇌 부위가 위축되어 말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고, 특정 대뇌피질의 위축 정도에 따라 회복 여부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또한 박홍주 교수팀은 인공와우 이식수술 후에도 언어 이해력에 따른 수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뇌 MRI 영상자료를 가지고 인공와우 이식수술 결과를 오차범위 8.5% 내에서 예측할 수 있음도 함께 발표했다.
난청환자의 대뇌피질 변화 양상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제는 임상정보에 영상정보를 추가하여 과학적으로 더욱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로 인공와우 이식을 고민하는 난청 환자에게 적절한 수술 효과 기대 정도를 알려줄 수 있고, 수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박홍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난청으로 생활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보청기 사용 등을 통해 꾸준히 청각피질을 자극하여 대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교수는 덧붙여 “보청기가 효과가 없는 고도난청으로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받아야 할 경우 대부분이 성공적인 청각재활이 가능하며, 보청기 효과는 부족하지만 인공와우를 시행할 정도로 청력이 나쁘지 않은 환자의 경우 보청기의 적절한 조절을 통해 성공적인 청각재활이 가능한 부분도 많다. 난청이 있는 경우 전문의와의 상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휴먼 브레인 매핑(Human Brain Mapping, I.F=4.421)’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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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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