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덕진의 포켓 한의학] 여름철 과일과 한의학 3편: 매실

매실은 초여름에 주로 수확되며 장미과 식물인 매실나무의 열매로 대표적 여름 제철 과일이다. 관상용 식물로 알려진 매화는 화매(花梅)를 말하며 화매(花梅)의 열매도 매실이지만, 열매를 얻기 위한 실매(實梅)와는 구분된다. 본 글에서 언급하는 매실은 모두 후자인 실매(實梅)를 지칭한다.


▲반덕진 덕진한방사상체질과한의원 원장

매실의 최초 원산지는 중국 쓰촨성과 후베이성의 산악지대로 추정된다. 기원전 1200년전후 무렵 중국의 유적인 은대묘장에서 3200년 된 매실의 열매가 출토된 것으로 볼 때, 매실 재배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됐다고 볼 수 있다. 매실 나무는 따뜻한 기후를 좋아하여 매실의 재배는 주로 온난한 지역에서 이루어지며, 우리나라에서는 남부지방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다.

매실의 분류에 대해 살펴보면 매실은 유전적으로는 개화가 빠르고 과실이 작은 순수매실과 살구와의 잡종으로 인한 야매성 매실, 살구성 매실, 중간계 매실, 매실성 살구로 나뉜다. 또 꽃의 색깔에 따라 백매, 녹매, 홍매로 분류되기도 하고, 열매의 성숙도에 따라 덜 익은 청매와 성숙한 과실인 황매로 구분하기도 한다.

매실의 성분에 대해 살펴보면 매실은 유기산 중 구연산, 사과산 등이 많이 함유돼 있고 특히 구연산이 많이 함유돼 있는데 귤의 구연산 함량보다 4배가 더 많다. 또한 매실은 무기질 중 칼륨의 함량이 가장 높고 칼슘은 사과에 함유된 양의 4배, 철은 6배, 마그네슘은 7배, 망간은 5배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매실은 그 자체로 풍부한 유기산과 무기질을 함유한 과실이라고 볼 수 있다.

매실에 함유된 유기산과 무기질은 위액분비 촉진, 식욕 증진, 소화흡수율 증대, 간기능 활성, 대사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또한 매실은 산염기적 성질로 볼 때 알칼리성 대 산성의 비율이 5:1로 강력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사람의 몸은 원래 약한 알칼리성인데 현대인이 많이 먹는 쌀, 고기, 생선, 달걀 등의 식품은 산성 식품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몸의 균형을 맞춰주기 위해 알칼리성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강한 알칼리성 식품인 매실은 산성 음식에 치우친 우리 몸에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좋은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매실은 과실로 섭취하는 경우도 있지만 매실청, 매실주, 매실차, 매실식초, 막걸리 등 다양한 가공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여름이 되면 많은 가정에서 매실과 설탕을 이용하여 매실청을 담가 발효해서 먹곤 하는데, 최근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매실청은 매실과 설탕의 배합비율을 1:1로 혼합하여 매실 발효액을 가공하는 것보다 매실과 설탕의 비율이 1:0.6~0.7인 경우에 구연산과 사과산 및 비타민 C의 농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가정에서 매실청을 담글 때에는 매실과 설탕의 비율을 1:0.6~0.7 이하, 즉 설탕의 비율을 매실보다 약간 적게 하는 것이 설탕의 섭취량도 줄이고 매실의 유효성분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관련 연구에서 매실청의 담금 기간에 따라 추출된 유기산과 비타민 C의 농도가 증가하였다는 결과를 얻은 것으로 미루어보아, 매실청을 담근 뒤 오래둘수록 좋은 발효액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도 매실은 오래전부터 오매(烏梅)라는 약재로 활용돼왔다. 매실은 성숙한 과실인 경우에는 신맛이 적어 지갈, 지사의 효과가 없기에 약용하지 못하며 익기 직전의 굵고 신 청매(靑梅)를 약용으로 활용한다. 청매(靑梅)를 약용으로 활용할 때 독성이 있어서 훈증하여 사용하며 훈증으로 검게 된 것을 오매(烏梅)라고 한다. 약재로는 오매(烏梅)의 씨를 빼고 과육만 남겨 이를 오매육(烏梅肉)으로 칭하며 사용한다.

최근에는 매실을 고온으로 훈증하면 몸에 좋지 않은 벤조피렌 성분이 형성될 우려가 있어서 매실을 저온으로 말리는 방식으로 오매(烏梅)를 만든다.

오매(烏梅)의 효능에 대해 살펴보면 6세기 초 중국의 학자 도홍경이 교정한 ‘신농본초경’에서 오매(烏梅)는 기운을 아래로 내리고 발열에 의한 가슴 답답증을 치료하며 마음을 안정시키고 팔, 다리, 몸의 통증, 반신불수 등을 치료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오매(烏梅)는 담을 삭이며, 구토와 갈증, 이질 등을 멎게 하고 오래된 고열을 치료하며 주독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했고 감염성 질환과 심한 소화기 질환에 발생하는 갈증을 치료하고 입마름을 낫게 한다고 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오매(烏梅)는 평활근 이완, 항피로, 항방사능, 항노화 면역력 증가 등의 효능이 있음이 밝혀졌다. 또한 오매(烏梅)는 장의 연동 운동을 촉진하고 염증을 제거하며 장벽을 수축시켜 복통과, 설사를 치료하고 타액선과 위선의 분비를 자극하여 탄수화물 대사를 촉진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이 밖에도 오매(烏梅)는 만성 습진을 치료하고 담즙 배출을 촉진하며, 급성 및 만성 간염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오매육(烏梅肉)을 볶아서 약재로 쓰면 오래된 설사를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고, 살짝 타도록 볶은 것은 지혈할 때 약재로 사용한다.

사상의학적 관점에서 매실은 태음인에게 적합한 과실이다.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에 따르면 오매(烏梅)는 태음인의 약재로 주로 활용됐다. 오매(烏梅)는 태음인의 음주 후 소화 장애나 갈증이 심한 경우에 많이 쓰인다. 매실은 성질이 강한 과실은 아니지만 칼륨의 함량이 높기에 신장 기능의 대사가 떨어진 경우에는 복용에 주의가 필요하며 미성숙한 매실은 독성이 있기에 발효 등의 가공과정을 거친 이후에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음인의 경우 소화기가 약한데 매실의 신맛이 공복에 복용하면 속을 쓰리게 할 수 있어 식사 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너무 자주 복용하는 것 역시 소화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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