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병상 여력 있다”던 정부, 뒤에선 민간병원 옥죄기?

수도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중환자병상 수용력이 한계에 다다른 가운데, 정부는 여전히 “중환자 병상 확보에 문제가 없다”고 점만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뒤에선 민간병원들을 옥죄며 병상 확보에 애쓰는 상황.


이에 대해 병원들은 “대유행 전 의료계의 병상확보 필요성을 무시하다 뒤늦게 서두르는 모습”이라며 꼬집으면서도 “지금은 민간병원 협조 요청보다도 거점전담병원이나 중환자병상 효율성 개선을 통해 중환자 치료가 필요없는 환자를 신속히 아래 단계의 병상으로 내려보내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치료 병상 확보를 위한 '컨테이너 이동병상'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핌


◆ 정부 “중환자병상 대기 없어”…1인실·준중환자병상 활용 방침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와 위중증환자는 치솟고 있다. 17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014명으로 이틀 연속 1000명 대를 유지하고 있다. 위중증환자 역시 226명이다. 수도권 중환자병상 수용력이 사실상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인 것. 하지만 전날인 16일 기준 서울의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은 서울이 1개, 인천은 2개, 경기는 0개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병상 여력이 있다’는 점만 강조한다. 위중증환자의 수가 곧 필요한 중환자병상 수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추가 중환자가 발생하더라도 중환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언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위중증환자가 226명인데 이 중 고유량(High flow) 산소요법에 해당하는 환자가 130명 정도”라며 “이는 전체 위중증환자 중 60% 수준으로 이들은 중환자실로 가지 않더라도 준중환자실과 1인실에서 장비를 투입해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집에서 대기하거나 치료 받지 못하는 상황도 아니고, 준중환자병상을 활용해 치료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는 중환자 이전 단계의 환자나 중환자에서 회복된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준증환자병상을 전국적으로 59개, 17개를 확보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수도권의 준중환자병상 17개 중에서도 즉시 사용 가능한 병상은 서울이 0개, 인천은 2개, 경기는 1개뿐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중앙보훈병원 등 공공병원에 중환자병상 및 준중환자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것이란 계획이다. 윤 방역총괄반장은 “공단일산병원 병상 확보는 코로나 전담병원 전환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공단일산병원은 중환자도 보고 그다음에 준중환자도 보고 그다음 중등증 환자도 볼 수 있는 그러한 전체적인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민간병원들 “중환자병상, 뒤늦은 시스템 구축 아쉬워”


반면 의료계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정부가 겉으로는 '중환자병상 확보에 문제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선 민간병원에 중환자병상 협조를 강하게 요청해오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평택 박애병원은 경기도 내 첫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코로나19 이외의 환자는 진료를 보지 않기로 했다.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과 서울백병원에선 회복기 전담병상을 운영키로 했다.


이에 병원장들은 정부가 민간병원들보다는 공공병원이나 대학병원을 활용한 병상 확보 전략에 보다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 원장은 “겨울 대유행 전 전문가들이 중환자병상을 미리 확보해둬야 한다고 수차례 얘기했는데도 가만히 있다가 뒤늦게 공공과 민간병원의 병상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라며 “특히 계속 압박을 받는 민간 종합병원들 역시 한계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호인력이나 시설 여력이 충분한 대학병원급 상급종합병원들 참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쉽다”며 “매번 민간병원들만 협조하는데 상급종합병원, 대학병원 등이 보다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답답해 했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코로나 비상대응본부 실무단장도 “대형 민간병원을 아무리 압박해도 필요한 중환자병상을 확보하긴 쉽지 않다”며 “그럴려면 지난 5월 이후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구축했어야 했다. 현재의 다인실 구조 체제에서 긴급하게 병실 전환하긴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 단장은 “결국 대구 경북 유행 당시 계명대동산병원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필요하다”며 “전문인력이 충분한 병원을 2개 이상 전담병원으로 바꿔 중환자치료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 상황에서 핵심은 병상 확보가 아닌 시스템 구축이며, 중환자병상의 치료 효율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이미 확보된 지방의료원의 진료 기능을 높이고 확진자 중 의료적 처치가 필요없는 환자들은 생활치료센터로 이송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생활치료센터 수용력을 더 늘리고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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