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샘´s Diary] 자랑스러운 상흔

보건실에는 ‘기어이 아프다고 확인받기’가 목적인 아이들이 종종 온다.

“친구랑 놀다 손목이 꺾였어요.”

그래? 어떻게 꺾였는지 자세히 좀 말해볼래? 하면,

“이러~~엏~게요!” 하며 방금 다쳤다고 말한 사실은 까마득히 잊고 다쳤다는 그 손목을 열심히 꺾어가며 설명한다. 그것도 너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이다.

상황 종료! 보건 선생님의 친절한 ‘정상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어라? 하며 나간다.


▲ 박희진 서울지향초등학교 보건교사


상피세포가 거의 딱지가 되었을 만큼의 연륜(!)이 쌓인 상처를 들이밀며 좀 전에 다쳤다고 귀여운 거짓말을 한다.

눈을 씻고 찾아야 보이는 미세한 상처도 기어이 힘줘 벌려 보이며 여기가 아프단다. 2주 전에 침대에 허벅지를 부딪쳤어요. 물론 그동안은 아픈지 몰랐단다. 다친 적도 없는데 두피를 손가락으로 꼭꼭 누르며 아프단다. 눈으로 보니 아무것도 안 보인다.

안 누르면 어떠냐 물으니 안 아프단다. 그럼 누르지 말라고 처방한다. “아하~!!”

목적은 한가지겠지. ‘나 드디어 아픈 곳 찾아냈어요!’

매번 줄타기를 한다.

“건강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여 자기 건강관리 능력을 키운다”는 보건교육의 취지에 맞게 정확한 판단과 대응능력을 키워줄 것인지 아니면, “에구구~~그랬어요?” 할 것인지 말이다.

물론 답은 항상 전자이지만, 아이들은 가끔 자기 맘에 들지 않으면 집에 가서 ‘오늘 보건실 갔는데 보건샘이 아무것도 안 해줬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쁜 보건교사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러나 나는 전문인이다. 아무 문제도 되지 않을 신체적 상황에 늠름하게 대처하고 나아가는 태도를, 내가 아니고서는 그 누가 지속적으로 지도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러한 자세는 곧 그 아이의 정신적 역량까지도 키울 수 있는 일임을 너무나 잘 알기에, 반복되는 응석 속에서도 나는 전문인으로서의 자세를 견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내 아이에게서 증명됐다.

따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 나 지금 커터칼에 손가락을 베였거든?” 너무나 차분한 목소리에 놀란 엄마는 묻는다.

얼마나?!

“어~~ 길이는 한 7센티쯤 될 거 같고, 살이 벌어졌는데 피가 많이 나서 지금 수건으로 꽉 쥔 상태에서 전화하는 거야.”

잘했다 칭찬하고 엄마가 퇴근해서 볼 터이니, 우선 지혈하고 엄마가 가르쳐준 대로 응급처치하라고 설명하고 전화를 끊었다.

조퇴할 정도는 아닐 것 같아 근무는 마치고 퇴근했다.

상처의 깊이를 확인해야겠기에 일시적으로 붙어있는 상처의 한쪽을 살짝 벌려보니, 길이는 5cm 정도에 피하 층이 보였다. 이 정도 학생이 보건실에 왔었다면 당연히 병원행이었을 터.

그러나, 응급상황에 보여준 자녀의 침착함과 바른 처치에 대한 폭풍 칭찬을 한 후, 일주일이면 상처가 붙을 것을 알고 있는 용감한 보건교사 엄마는, 소독하고 피부의 결을 잘 맞춘 다음 거즈로 단단히 고정하고 드레싱을 끝냈다.

물론 추후 관리도 완벽, 상처는 잘 아물었고 우리 아이는 아직도 그 상처를 영광스럽게 간직하고 있다. 아이가 초 3 때 집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역시 보건교사의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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