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돈의 한방톡톡] 명현현상이란 없다

건강보조식품, 한약, 민간요법 약품을 복용한 후 알 수 없는 증상들이 생겨나 불편함을 호소하면, 흔히 이것을 명현현상이라고 말한다. 명현현상(瞑眩現象)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장기간에 걸쳐 나빠진 건강이 호전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반응, 근본적인 치료가 이루어지는 징후’ 라고 되어 있다. 과연 명현현상의 실체는 무엇일까?

명현이라는 용어의 기원을 살펴보면, 유교 경전 ‘상서(尙書)’에서 나온 말로써 ‘만약 약이 명현하지 않으면 그 병이 낫지 않는다(若藥不瞑眩, 厥疾不廖)’에서 비롯되었다. 이를 대중에게 전파한 이는 일본 의사인 길익동동(吉益東洞(1702-1773))으로 ‘환자가 명현현상이 없으면 병을 고치지 못한 것이다’라며 명현현상을 호전 과정이라고 주장하였다. 길익동동의 견해가 한국에 전해지면서 명현현상은 치료를 위한 과정이니 참고 견디면 병이 치료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상서에 나온 명현의 본 의미는 ‘곤란한 상태에 있어도 크게 분발하면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는 뜻이었다. 즉, 고전에 나온 말을 곡해하여 호전 반응이라 주장한 것이다.


 ▲경희샘한의원 구재돈 원장

명현현상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예측하지 못한 증상이 발현되고, 다른 하나는 전신에 심각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 인체에 약물이 흡수가 되면 몸에 이로운 작용인 주작용(principal action)이 일어나지만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side effect)이 나타날 수도 있다. 부작용은 유해성 없는 부작용과 유해성이 나타나는 부작용이 있다. 유해성이 나타나는 상태를 약물이상반응(adverse drug reaction)이라고 하는데, 이런 경우 용량을 줄이거나 복용을 중지하면 증상이 사라진다. 그러나 약물이상반응 중 일부는 면역학적 반응에 의한 것으로 전신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나필락시스 쇼크나 스티브-존슨 신드롬, 세포독성 등이 있다.


결국 명현현상은 예측된 주작용(principal action), 호전반응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작용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며, 명현현상 후 몸이 좋아졌다면 유해성이 없는 부작용이고, 명현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거나 전신적인 이상반응을 유발하고 있다면 약물이상반응(adverse drug reaction)일 수 있다. 결국 명현현상은 고전 속 의미를 잘 못 해석한 것에서 비롯된 정체 불분명한 용어일 뿐, 부작용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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