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돈의 한방톡톡] 피부질환에 좋은 ‘자운고’, 어떻게 써야 할까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 자녀들 피부에 문제가 생겼을 때 사용하는 안전한 외용제 중 ‘자운고’라는 것이 있습니다. 흔히 아토피 피부염 등의 습진성 질환부터 벌레 물림이나 화상까지 다양한 피부 질환에 사용하는 약이 바로 자운고인데요.

자운고는 식품유래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져 독성이 없고, 장기간 사용 시에도 의존성 없이 꾸준한 효과를 보이는 외용제입니다. 하지만 자운고 역시 의약품이므로 사용하면 효과가 극대화되는 적응증이 있는 반면 잘못 사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 구재돈 경희샘한의원 대표원장


오늘은 자운고의 정확한 사용법과 적응증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자운고는 명대(明代)의 외과 질환 치료 명의인 진실공(陳實功)의 저서 《외과정종(外科正宗, 1617년)》에 기록된 윤기고(潤肌膏)에서 유래했습니다. 윤기고는 백독창(白禿瘡)을 치료하는 처방으로 〈백독창문〉에 기재돼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백독창(白禿瘡)이란 두피에 발생하는 진균감염증의 하나로 머리에 종기가 생기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피부병을 말합니다. 현대 질병명으로는 두피 지루 피부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기고는 당귀(當歸), 자초(紫草)와 향유(香薷), 황랍(黃蠟)으로 만들어진 연고 형태의 바르는 약입니다. 외과정종(外科正宗)에 기재된 이후 한방 외과 질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던 윤기고는 일본의 에도시대의 외과의사 하나오카 세이슈(華岡靑洲, 1760~1835)에 의해 또 한 번 발전하는 계기를 맞습니다.


외과의사인 하나오카 세이슈는 윤기고에서 향유(香薷)를 빼고, 호마유(胡麻油 참기름)와 돈지(豚脂 돼지비계)를 추가하여 자운고를 창방하게 됩니다. 윤기고에 비해 사용이 편리한 제형으로 발전함과 동시에 자운고는 피부 질환 치료의 대표적인 외용 연고로 민간에 광범위하게 퍼지게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현재 정식으로 인증돼 시판되는 자운고는 2014년도 거친 피부, 동상, 땀띠, 항문열창, 옻 등으로 인한 피부염을 치료하는 효능 효과로 품목 허가된 의약품입니다. 자운고의 주치 효능을 약재별로 다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초(자근)는 양혈(凉血), 활혈(活血), 청열해독(淸熱解毒)하여 피부염으 항염증 작용이 탁월한 약재이고, 당귀는 보혈(補血), 활혈(活血)하여 옹저(癰疽瘡瘍)와 타박상(跌打損傷)의 치료하는 효과가 우수한 약재입니다. 또한 호마유(참기름), 돈지(돼지비계), 황랍은 각질층의 손상을 보호하고, 피부 장벽을 강화함과 동시에 약재의 흡수를 돕는 기제로 작용합니다. 자운고의 효능을 종합적으로 정리해보면 아토피 피부염, 지루 피부염, 건성 습진, 동상, 땀띠, 피부 소양증, 건조한 피부, 피부 열상, 화상 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운고도 약이므로 사용 시 주의 사항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우선 아토피 피부염에 사용할 경우 이차감염이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세균감염(농가진, 피부열상증후군)이 있거나 의심될 경우 자운고를 도포하게 되면 감염증이 심해짐으로 인해 피부염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해면화증상, 홍조, 부종, 삼출물이 분비되는 급성기 습진 증상이 있을 경우에도 자운고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얼굴이나 목, 두피 속 등 피지 분비가 많은 부위에 발생한 아토피 피부염, 지루 피부염의 경우에도 가급적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량을 줄여서 쓰는 것이 좋습니다.

주의사항과 반대로 자운고의 최적의 적응증도 알고 사용해야 합니다. 습진의 경우 급성기 상태를 지나서 건조한 상태로 변하여 각질이 형성되는 경우나 태선화 되고 색소침착이 된 경우에 효과적입니다.

또한 손, 발 등 건조한 부위의 상처나 열창에 빠른 상처 회복 효과를 보입니다. 아울러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자운고의 숨겨진 적응증 중 하나는 바로 화상을 들 수 있습니다. 표재성 2도 화상 이하의 가벼운 화상의 경우의 자운고 사용법을 알려드리면 멸균 거즈에 자운고를 듬뿍 발라 화상 부위에 고약 형태로 덮어 주어 공기와의 접촉을 막고, 습윤밴드와 같은 방식으로 하루 한두 번 교체해주면서 습윤한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주면 됩니다. 화상치료의 핵심은 자운고를 통해 공기와 상처의 접촉을 막고, 물집을 최대한 제거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자운고는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져 안전하면서도 피부 질환에 효과가 뛰어납니다. 아토피 피부염, 지루 피부염, 화폐상 습진, 건성 습진 등의 습진성 질환부터 동상, 화상, 땀띠, 피부 소양증, 피부 열상 등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피부 질환을 치료합니다. 위에서 살펴본 몇 가지 주의 사항만 잘 지키신다면 피부 질환 가정용 상비약으로 최고의 약이 될 것입니다.

<저작권자 ⓒ 한국건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