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아빠의 캥거루 육아] 가습기, 어떻게 써야 할까?

필자가 전공의(레지던트)시절 중환자실 주치의였을 때,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환아가 있었습니다. 급성 폐질환으로 입원하여 전임자에게 인계를 받은 아이였는데, 날이 갈수록 상태는 악화만 될 뿐 전혀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여러 가지 검사를 해봐도 아무 원인도 밝힐 수 없었고 결국 아이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말았습니다.


▲ 김용범 조이병원 원장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에 원인도 모르게 하루 이틀 사이 폐의 급성 악화를 보여 ECMO(체외막산소공급기: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하는 기계) 치료를 해야 했던 아이가 몇 명 있었고, 얼마 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었죠.

어느 날 진료실로 낯익은 보호자가 들어오는 겁니다. 바로 그 아이의 엄마, 아빠였습니다. 동생을 데리고 진료를 하러 온 것이지요. 만감이 교차했고 갑자기 머리를 스쳤던 생각! 조심스럽게 여쭤봤습니다. “혹시 그 당시 가습기 살균제를 썼냐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그 사건 이후로 가습기 사용을 꺼려하고 써야 할지 말지를 물어보는 보호자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써도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다만, 호흡기 질환이 없는 상태에서는 다른 방법-분무기로 물뿌리기, 샤워 후 욕실 문 열기, 실내에 빨래 널기, 수족관 등-으로 건조한 계절에 습도를 유지할 수 있으면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을 드리지요.

그럼 가습기를 사용할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르게 사용하는 것일까요?

우선 물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가장 좋은 물은 증류수이지만, 증류수가 없다면 끓였다 식힌 물도 좋습니다. 정수기로 받은 물도 끓였다 식혀 쓰십시오. 아무리 끓인 물이라고 해도 하루 이상 물통에 저장하여 쓰지 않아야 합니다.

물통의 청소는 매일 해야 합니다. 고인물도 그렇고 남아있던 물방울도 균이 증식하기에 좋은 환경이므로 매일매일 베이킹 소다나 세제를 이용해서 청소를 해야 하고 헹굼을 잘하여 남아있는 성분이 없도록 합니다. 청소는 바깥쪽도 해야 하지만, 입구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구석구석 닦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당연히 가습기 살균제는 써서는 안 되겠지요.

가습기의 방향은 사람에게 직접 가지 않도록 합니다. 지속적으로 가습기의 분무를 맞다 보면 쉽사리 젖을 수 있고 그러면 오히려 체온을 빼앗아가거나 다른 이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호흡기 질환이 심하여 호흡기로 직접 분무가 되도록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가습기의 분무는 사람에게 직접 닿지 않게 하고 전체적으로 실내의 습도를 올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실내의 습도는 55% 전후가 좋으며 너무 높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 곰팡이나 집먼지 진드기가 증식할 수 있으므로 적당히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소아에게는 초음파 가습기가 좋습니다. 치료를 위해 가열식 가습기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소아에서는 화상의 위험 등으로 초음파 가습기를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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