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지의 미술로 보는 마음이야기] 엄마가 된다는 것은…

상처 입은, 그러나 계속 성장해나가는 엄마.

인생을 아이를 낳기 전과 후로 나누어 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한 쪽을 택할 것인가 혹은 깊은 고민에 빠져들 것인가...


▲ 정수지 미술심리치료 연구소 대표


엄마가 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도 복잡한 과정이다. 우리가 흔히 매체를 통해 접하는 아이를 안고 행복해하는 엄마의 모습은 사실 다듬어진 요소가 많다. 잠시 생각해보면 영상 속의 엄마의 모습은 정갈하고, 우아하다. 잘 정돈된 머리와 깔끔한 옷, 깨끗한 화장, 온화한 미소.실제 육아와 고군분투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젖먹이였던 시절, 우연히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보면 자괴감마저 들었다. 나는 여기서 끝난 것인가, 나는 여기서 멈춰버린 것일까? 내 인생은 완전히 변해버린 것일까? 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들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매우 큰 변화를 가져온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변화를 겪게 되면서 많은 엄마들은 무력감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필자가 만났던 한 여성은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삼십대 중반이었던 이 여성은 엄마가 된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 그림1


“제 몸에 상처가 있다고 느껴져요. 그러니까… 아이를 낳은 후부터는 제 스스로가 굉장히 연약한 존재로 느껴져요. (그림 속 빨간색 심장 부분을 가리키며) 주로 여기에서 훨씬 많은 것을 느껴요. 머리보다…, 이제 아이가 더 이상 제 안에 있지 않고 바깥 세상으로 나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하는데, 한편으로는 임신 중처럼 아이를 온전히 보호할 수 없다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기도 해요. 그래서 제 몸을 이용해서 아이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하기도 해요.”(그림1)


실제로 출산을 하게 되면 몸에 상처가 남는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상처는 아물지만, 흔적은 남게 된다. 또한, 많은 엄마들은 큰 폭의 감정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감정의 변화는 아이에 대한 넘치는 사랑, 분노, 좌절이거나 자신이나 남편, 가족, 사회에 대한 양가감정을 포함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을 부정적으로 보기 보다는 좀 더 넓은 폭의 감정을 수용해야만 해서 위 여성처럼 머리보다 가슴으로 인생의 무수한 감정들을 포용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인격체로 성장해 나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 그림2

이어 이 여성은 자신의 삶을 엄마가 되기 전과 후로 비교했을 때, 지금의 자신이 훨씬 크고 충만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묘사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엄마가 되면서 ‘변한’ 것이 아닌, ‘성장’ 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 했다. 언어가 가지는 내적인 힘이 상당하는 것을 고려할 때, 두 단어가 주는 ‘엄마가 되어 감’의 과정에 대한 관점의 차이, 그리고 심리적인 힘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그림2)

필자 역시 이 여성의 그림과 이야기를 통해 상당한 관점의 변화를 경험했고, 엄마로서 조금 더 단단해지는 내적인 힘을 얻게 됐다.


임신, 출산, 육아는 매우 고되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가!


매일 성장해 나가는 엄마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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