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돈의 한방톡톡] 지루 피부염, 이것만 끊어도…

지루 피부염을 치료하다 보면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무슨 음식을 먹어야 지루피부염에 좋죠?”, “무슨 건강식품이 지루 피부염에 효과가 있나요?”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루 피부염으로 가렵고 붉어져 힘들지만 피부염 관리를 위해 막상 음식 조절, 생활관리를 하려니 엄두가 안 나는 거죠. 그래서 생활습관은 바꾸지 않고 특정 음식, 건강기능식품들만 찾아 먹는 것으로 면죄부를 받고 싶은 것일 겁니다.


▲ 구재돈 경희샘한의원 원장


하지만 지루피부염 같은 만성적인 피부질환에서 특정 음식이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악화인자를 확인해 생활습관의 통제와 음식습관 네거티브 전략을 하는 것입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술입니다.


술이 어떻게 지루 피부염을 악화시키는지 그 기전을 알아보겠습니다.

술을 마시게 되면 알코올과 그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작용하여 피부의 염증을 1차적으로 악화시키고, 부차적인 기전에 의해 피부 장벽과 피부 내 세균총의 균형을 저해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지루피부염 증상이 1차적으로 악화되고, 부차적으로 지루성피부염과 함께 모낭염, 여드름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아세트알데히드가 히스타민 분비를 증가시켜 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입니다. 확장된 혈관으로 인해 피부는 붉게 충혈되고, 그로 인한 혈류의 증가로 피부염 부위에 염증물질이 대량 유입돼 염증반응이 급격히 악화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알코올이 피부의 PH를 높입니다. 정상 피부는 pH5.5로 유지되지만 음주 후dpsms 피지량이 감소해 PH가 높아져 중성 혹은 알칼리로 변하게 됩니다. 무너진 pH로 인해 2차적으로 피부 장벽은 약화되고, 정상 세균총의 균형이 깨지면서 여드름, 모낭염 등의 화농성 염증이 증가하게 됩니다.


세 번째는 피부 장벽 내 수분 손실입니다. 음주 후 이뇨작용이 증가해 탈수가 되면서 결국 피부의 수분 손실이 발생하고, 유수분밸런스가 무너지게 돼 피부 장벽의 균형이 깨지는 것입니다. 각질은 증가하고, 가려움이 폭발하여 결국 참지 못하고 긁게 돼 진물이 흐르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술은 지루 피부염을 여러 부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악화시킵니다. 그럼 술을 안 마시면 되겠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게 될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술을 안 취할 때까지만 마시면 피부염에 별지장이 없는 걸까요?


불행히도 술에 안 취했다고 해서 피부염이 악화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마신 술을 양이 중요할 뿐이지 취하고 안 취하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술을 마시게 되면 알코올은 식도와 위장에서 10% 정도 흡수되고, 90%는 소장에서 흡수가 돼 간에서 대사 됩니다. 이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알코올의 80~90% 정도는 알코올탈수소효소(Alcohol dehydrogenase)에 의해 분해돼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환되고, 간에서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acetaldehyde dehydrogenase)에 의해 물, CO2 그리고 지방산으로 최종 분해됩니다.


이 대사과정이 알코올의 주된 분해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주도하는 알코올탈수소효소는 타고난 유전적 특성에 따라 정해지므로 분해할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이 정해지게 됩니다. 타고난 주량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알코올 분해과정의 마이너한 부분을 담당하는 마크로솜 에탄올산화계(MEOS)는 다릅니다. 10~20% 정도의 알코올은 마크로솜 에탄올산화계(MEOS)를 통해서 분해됩니다. 이는 비록 10~20%의 알코올분해를 담당하지만 음주량과 음주 빈도가 늘면서 그 활성도가 점차 강화됩니다.


즉, 술을 자주 마시면 마실수록 술이 느는 이유는 마크로솜 에탄올산화계의 효소활성도가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술을 마실수록 점점 주량이 늘어나 쉽게 안 취하는 이유입니다. 간혹 지루 피부염 환자분 중 취하지 않을 정도로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다 분해된 것이니 피부염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런 생각으로 술을 더 자주 마시고, 주량은 점점 늘면서 덜 취하게 되는 선순환이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기대와 달리 지루 피부염은 점점 악화되면서 말이죠.

술이 피부염을 악화 시키는 것은 취하고 안 취하고의 여부가 아닙니다. 알코올분해과정과 분해대사산물 모두 피부염의 염증을 악화시킵니다. 지루피부염으로 고통 받고 있다면, 술을 가장 먼저 끊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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