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덕진의 포켓 한의학] 갑작스러운 복통과 설사, 설마 나도?

명절에는 가족들이 모여 평소 자주 먹지 않던 기름진 명절 음식들을 많이 먹기도 하고, 그간 보지 못했던 가족들과의 만남으로 인해 스트레스 요인이 증가해 소화기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잦은 복통과 설사, 변비 등을 주 증상으로 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명절을 전후로 자주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 반덕진 덕진사상체질과한의원 원장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검사 상 이상이 없으며 배변 후 완화되는 복통, 불규칙한 배변 패턴, 대변 형태의 변화가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위장관 질환이다. 갑작스러운 복통과 불규칙한 배변 빈도는 일상생활 중 많은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복통의 예측이 불가능하기에 여행이나 사교적 만남 등을 곤란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세계적으로 9.5~25%의 인구가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고 있으며, 약 30%의 인구가 관련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자주 발생하며, 한국에서는 인구의 8.0~9.6%가 이를 앓고 있다고 보고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원인으로는 소화관 운동의 변화, 중추신경계의 조절 이상, 장내 세균총의 변화, 내장감각의 과민성, 장의 감염 및 염증, 유전적 요인, 스트레스 등이 있으며 대체로 여러 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스트레스성 설사’, ‘체력 저하로 인한 설사’, ‘장 기능 이상의 변비 및 복통’ 등으로 설명한다.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원인으로는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의 변화, 불규칙한 식사, 감염, 위장 기능의 저하 등이 있다.


불규칙한 식사와 자극적인 음식은 장의 리듬을 불규칙하게 만들며, 위장 기능을 저하시킨다. 최근 연구에서는 장의 염증이 장내 신경 세포를 파괴하여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발생한다고 보고된 바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감정과 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으며, 서로 작용을 주고받기 때문에 감정의 변화는 장의 기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평소 소화가 잘 안 된다고 느낄 경우에는 작은 감정의 변화에도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증상 등이 자주 나타날 수 있으며, 반대로 평소 위장 기능이 좋더라도 극도로 심한 감정의 변화가 자주 있으면 갑자기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치료는 먼저 장의 기능을 회복 시키고, 스트레스로 지친 감정을 안정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장의 기능을 회복 시키기 위해서는 평소 식사 습관의 개선과 음식의 조절이 필요하다. 현대인들은 식사가 불규칙한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장의 리듬이 점차 깨지게 되어 장의 기능이 많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자극적인 음식, 인스턴트 음식 등을 자주 섭취하는 것은 장에 불필요한 자극을 준다.


바쁜 현대인이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기는 쉽지 않지만 간단하고 자극이 없는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는 것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치료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음식을 섭취할 때에는 섬유소가 많이 함유된 통곡물, 과일이나 야채를 주로 섭취하고 포화지방이 많은 햄 등의 가공육, 버터, 유제품, 커피, 차, 탄산음료,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스트레스는 큰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며, 이러한 감정 변화는 장의 기능에 많은 변화를 주게 된다. 따라서 적절한 운동이나 취미 활동 등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연구에서는 침치료와 한약치료를 통해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치료된 경우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사상의학에서는 평소 체질에 따른 식이법을 통해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고 본다.


위장의 기능이 약한 소음인의 경우 특히 밀가루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고, 위장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생강차가 도움이 된다. 에너지가 몸에 쉽게 축적되는 태음인의 경우에는 기름진 음식보다는 간이 덜된 담백한 음식이 좋다. 


에너지 대사가 활발한 소양인의 경우에는 개고기나 맵고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섬유소가 많이 함유된 야채 및 과일이 좋으며, 위장의 기능을 개선시키는 보리차가 큰 도움이 된다. 에너지가 쉽게 소모되는 태양인의 경우에는 육류보다는 해산물을 먹는 것이 좋고 따뜻한 메밀차를 자주 마시는 것이 과민성 대장증후군 증상의 완화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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