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의 본‘성형’성(本性形性)] 의사에게 진심이란?

의료 활동은 근본적으로 감정 노동이 심하다. 변호사는 법을 도구로 이용하여 클라이언트에게 법률 서비스를, 펀드매니저는 돈의 습성을 이용하여 자산가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계약 관계가 형성이 된다.


                ▲ 아이호 성형외과 박병호 원장


하지만 단순히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왜냐면 서비스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직업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갑을 관계로 정의 할 수는 없지만 특수 지식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그에 응당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의사는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최고의 의술과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참으로 아이러니 하게도 나는 종종 환자에게 당신에게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혹은 나는 당신에게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나를 믿으라는 얘기를 종종 하게 된다.

여기서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진심이란 무엇인가? 환자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란 무엇일까?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좋은 결과만 내면 된다? 혹은 실력은 약간 모자라더라도 환자의 마음을 잘 보살펴야 된다? 당연히 모범 답안은 최고의 실력으로 환자의 마음도 잘 보살피며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그것은 누가 평가하는 것인가? 통계학적으로 평가를 내릴 수는 없겠다. 가령 평균적으로 5년을 사는 암을 앓고 있는데 환자가 3년 6개월을 살게 되었다고 의사를 비난 하거나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의사는 환자를 대할 때 기본적으로 최선을 다한다. 그것은 가령 누군가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고 하는 순간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는 행동과는 다르다. 교육과 수련을 반복적으로 받은 끝에 환자를 열성적으로 보는 습관을 갖게 된 것이다. 물론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된다라고 생각한다. 얘기를 하다 보니 누군가를 살리려고 하는 무의식적 행동이라고 생각했던 것조차 교육에 의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심은 그저 교육에 의한 것일까?


아직 진심이 뭔지 모르겠다. 다시 한 번 진심이 무엇일까 자문한다. 환자를 잘 봐야지 돈을 번다? 환자를 웃게 해야지 돈을 번다? 환자가 행복해야지 나도 행복하다? 환자가 수술 후에 선물을 줘야지 진심이 통한 거다? 환자가 당장 행복해야지 좋은 거다? 환자가 지금은 괴로워하더라도 나중에 웃으면 좋은 거다? 다른 환자를 소개해야지 잘한 거다? 환자가 퇴원 후에 안 찾아와야지 잘한 거다? 궁금한 것에 대해서 모두 답해줘야지 좋은 거다? 환자의 아픔에 대해서 같이 아파해야지 진심이다?

항상 하는 생각들이지만, 이래서 의사는 감정 노동이 심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다시 한 번 내린 결론은 이렇다. 진심은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진심이라는 마음을 한 꺼풀 한 꺼풀 벗겨내다 보면 뭐가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어떻게든 다른 쪽으로 결론이라도 내자면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냥 교육 받은 대로 행동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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