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의 본‘성형’성(本性形性)] 코로나와 성형외과

10월 11월은 성형외과의 비수기다.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별의별 생각이 다 나기 마련이다. 물론 그 시간에 학문을 위해서 책을 들춰보기로 하고 자기 계발을 위해 책을 뒤척거리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상념에 빠지는 건 막을 수 없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은 비대면, 자가격리, 마스크, 셧다운 등등이다. 자연스레 걱정이 되면서 앞으로 사회에서 대면활동이 얼마나 위축될 것인가 생각을 해보았다.


▲ 박병호 아이호 성형외과 대표원장

나는 환자가 많지도 않은데? 코로나 걸리기 힘든데? 누가 알아주나. 나도 저녁 약속을 다 취소했는데 말이다. 의사는 환자를 보지 않고 진료를 할 수가 없다. 게다가 나는 수술을 하는 성형외과 의사다! 좋을 리가 있겠나? 하지만 거짓말 같게도 계속 안 좋은 건 아니었다. 봄에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생각보다 환자가 있었다. 그 이유는 마스크를 써서 최대한 수술한 것을 감출 수가 있었고 재택 근무로 인하여 이 기회에 수술을 하자는 수요가 발생 하였기 때문이다.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얼마나 지속 되었을까? 역시나 큰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 하강 국면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러다가 꽃도 못 피우는 거 아닌가?

문득 아 … 비대면이 있구나. 내가 할 수 있는 비대면이 뭐가 있을까? 주식, 부동산? 전혀 모르는데? 자본금이나 있냐? 정말 비대면이 오래가면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겠구나 음 …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다가 경과 환자가 방문을 하였다. 원장님 왼쪽 눈이 더 멍들고 무거워요. 뭐가 잘못된 거 아닌가요? 아 … 나에게는 아직 환자가 있구나. 아 네 누구누구님 아직은 수술한 지 1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붓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나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반적인 증상이지만 환자에게는 평생 한 번 겪어보는 극도의 무서운 증상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신에게는 낡은 12척의 배가 있으니 133척의 배가 두렵지 않습니다 라는 명언이 기억이 나면서 나에게는 하루에 몇 분의 환자가 있으니 코로나에 맞서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진료 하겠습니다 라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문득 딴 생각에 잠기어 내 앞에 소중한 환자들과 가족들을 잊은 건 아닌 지 반성을 해본다. 필자가 중학교 때 한창 책을 좀 읽던 시절에 어느 날 저녁 먹으라고 얘기해주시는 부모님께 ‘학생이 공부를 제대로 안 했으니 오늘은 밥을 먹을 필요도 없다’라고 했던 얘기가 생각난다. 나름 정의(?)롭고 염치가 있었던 시기 같다. 물론 꼭 지금 안 그렇단 얘긴 아니다.

나는 내가 할 일을 제대로 잘 하고 있나? 코로나 탓하고 남 탓 하지는 않았나? 사실 할 줄 아는 다른 일도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의사밖에 할 일이 없다. 아직 환자가 있으니까 당연히 할 일은 수술이다. 환자가 수술 후에 원장님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이 세상 최고의 피로회복제이다. 아마 아직도 내가 할 일이 무궁무진 할 것이다.

환자가 아직 만족해하고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를 들을 수 있는 의사면 아직 왕성히 활동해도 되지 않을까? 당분간은 손을 전혀 떨지 않고 수술도 너무 좋아하니까 앞으로 20년 간은 전혀 문제 없을 것 같다.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서 수술 하고 직원들 얘기 들어주고 방문자 있을 때마다 매번 소독하고 손씻고 저녁 모임 모두 취소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는 중이다. 곧 이겨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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