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화선 교수 칼럼] “난자 냉동하고 싶어서 왔어요~”

“난자 냉동 하고 싶어서 왔어요~”

최근 저의 진료실에 처음 방문하는 환자 중 약 15%의 환자는 위와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그러면 저는 물어봅니다. “난자냉동에 대해서 알고 오셨어요?”
그러면 반정도의 환자는 “하고 싶어서 왔어요”라고 대답하시고 나머지 분들은 “설명을 좀 해주시겠어요? 요즘 주변에서 많이 권하셔서요..”라고 대답을 하십니다.

난자냉동…왜 이슈가 될까요?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으로 결혼이 늦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비혼주의자도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많은 이유로 사회적으로 결혼이 늦어지기도 하고 실제로 결혼을 하고서도 경제적인 이유로 출산과 육아를 미루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성은 만 35세가 넘으면 난자의 질이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임신율도 35-37세를 시작으로 급격하게 저하됩니다. 이러한 과학적인 지식이외에도 최근에는 많은 여성연예인들이 자신의 난자를 냉동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는 등 사회적으로도 난자 냉동은 접근하기 쉬운 주제가 된 것 같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가임력보존학회등을 중심으로 여성의 가임력 보존을 위한 많은 방법들이 여러과의 선생님들께 홍보가 되고 있습니다.


난소의 기능은 난소의 수술 이후에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까지 감소하는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난소수술 이후에 조기폐경이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도 발생합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들이 난소수술을 앞둔 환자들에게 난소기능을 측정하는 검사를 시행하며 이 수치가 환자의 나이군의 평균에 미치지 못하거나 수술이후 현저한 난소기능 저하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수술 전에 환자에게 난자냉동을 권합니다. 실제로 난자냉동을 원해서 오시는 환자분들 중 1/3 정도는 의사의 추천을 통해서 방문하십니다.


또한 원래 난자냉동이 시작된 목적인 “항암치료 후 난소 기능저하에 의한 난임”을 예방하기 위하여 내원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 분당차병원 난임센터 조교수

어떤근거로 난자냉동이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는건가요?

앞서 말씀드린것과 같이 임신가능성은 여성의 나이 35-37세를 기준으로 급격하게 감소합니다.
이것은 시험관아기 시술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난임환자의 치료 방법 중, 조기 폐경등의 이유로 난자를 공여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난자공여로 임신에 성공한 많은 사례를 분석해 보니, 공여 난자의 나이가 젊을수록 임신율이 향상되고, 이는 수여자 즉 난자를 공여 받은 사람의 나이와는 연관이 없었습니다. 즉 임신에서는 난자의 나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했을 때, 42세에 자신의 난자를 이용해서 임신을 하는 것 보다는 35세에 냉동한 난자를 이용하여 42세이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 임신율을 향상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개념으로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여성의 나이가 증가할 수록 염색체 이상 난자의 비율이 증가하며 이러한 난자가 수정되었을때 임신초기 검사에서 염색체 이상의 태아가 발견되거나 유산이 발생하는 경우가 증가합니다.
따라서 35세 이전에 난자를 냉동해 두면 염색체 이상 난자의 비율이 낮기 때문에 이후 건강한 아이를 분만할 가능성이 증가합니다.

어떻게 진행하나요?

시험관아기 시술 과정은 크게 과배란,난자채취, 수정, 배아이식 4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난자냉동은 이 4가지의 과정중 과배란과 난자채취 두가지의 과정으로 이루어 집니다.
생리주기를 기준으로 한달에 한번 채취가 가능하며 난자냉동의 시기에 따라서 다르지만 약 15-30개의 난자를 냉동하실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한번의 시술로 10개 이상의 난자가 채취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2번 이상의 시술이 필요할 수 있음을 반드시 설명드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냉동해 놓은 난자를 사용하게 된다면, 난자를 잘 녹여서 배우자의 정자와 수정을 시키고, 배아를 만든 후 3-5일 배양을 하여 여성의 자궁에 이식하게 됩니다. 2012년 이전에는 난자를 해동했을 경우의 안정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2012년에 미국생식의학회에서 난자냉동의 안정성에 대하여 더 이상의 논란은 필요 없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즉 냉동난자를 해동하였을때 생존율이 70-90%로 냉동배아를 해동했을 경우와 동등하기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난자냉동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언제까지 보관이 가능한가요?

아직까지 법적으로 정해진 나이는 없습니다. 냉동난자의 보관기간은 기관마다 다르기 때문에 시술 전 충분한 상담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난자냉동하면 임신이 꼭 되는 건 아니죠?

임신의 성공여부는 난자의 질도 중요하지만 자궁의 환경, 즉 여성의 나이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냉동난자를 이용하여 임신을 시도하는 나이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의학적인 이유로 난자를 냉동한 이후에 난자를 해동하여 임신에 성공한 사례는 매우 많이 보고 되고 있지만, 사회적이유로 난자를 냉동한 이후 해동하여 임신을 시도한 사례는 아직까지는 아주 많이 보고가 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난자냉동을 원하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앞으로는 냉동난자를 이용하여 임신을 시도하는 경우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저희센터도 최근 냉동난자를 이용하여 임신에 성공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난자냉동은 보험의 개념으로 생각하시는게 제일 좋을것으로 생각합니다. 보험은 만약을 대비하여 들어놓는것 처럼요.
가장 바람직한 사례는 늦어지는 결혼 및 나이에 따른 가임력 저하를 대비하기 위하여 난자냉동을하고 이후 원하는 시기에 자연스럽게 임신에 성공하여 냉동 난자를 기분 좋게 폐기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혼이 생각보다 너무 늦어지면 실제로 임신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냉동난자를 사용하여 임신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도 난임의사 입장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난자냉동은 임신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시술전에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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