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의 안티에이징 클리닉] 신체증상을 동반하는 불안장애(anxiety disorder)

약속시간 5분 전인데, 버스가 아직도 안 오고 있다면? 생리욕구가 급한데 화장실 줄이 길다면? 시험점수가 너무 안 나와 부모님께 성적표를 보여드려야 하는 하교길이라면?


이런 종류의 불안감, 누구나 한 번쯤 느껴보았을 것이다. 불안과 공포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존반응 중 하나다. 불안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는 대개 불쾌하다 느낀다. 불안의 발생 이유에 대해 살펴보면, 불안은 사실 우리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 우리 자신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키고 안전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자기방어반응이기 때문이다.


▲ 이규원 종로연세의원 원장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치를 넘은 과도한 긴장과 혼란을 유발하는 상태를 병적불안(pathological anxiety)라 한다. 병적불안은 1) 현실성이 없는 위협을 느끼는 경우 2) 현실적 위험에 비해 과도한 불안을 겪는 경우 3) 위협요인이 사라진 후에도 불안을 느끼는 경우 등이 있다.


불안장애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비정상적, 병적인 불안과 공포를 겪는 질환을 말한다. 정도가 지나칠 경우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어려워지며 정신적 고통과 다양한 신체증상을 유발한다.

불안으로 인해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두통, 심박수 증가, 호흡수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불안장애 중 가장 심한 형태가 공황 발작(panic attack)인데, 상기 증상에 더하여 숨이 가쁘거나 숨이 막히는 감각(질식감), 흉부통증, 어지러움(실신), 죽을 것 같은 공포감 등의 심한 신체증상이 동반되어 굉장한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그 외에도 증상 강도는 공황장애보다 약하지만 범불안장애, 강박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도 불안장애에 속한다.

1차 진료기관인 나의 진료실에도 정신의학과 관련하여 많은 자문을 구하러 환자들이 오곤 한다. 그들이 가장 흔하게 보이는 신체증상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심계항진이다. 혈압체크 등의 신체검사를 해도 특별한 이상소견은 나타나지 않난다. 그 외에도 두통, 얼굴 붉어짐,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극도의 흥분상태인 경우가 많다.


차분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육체적 질병에 걸맞은 진단은 보통 없다.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가 있으셨냐는 질문을 받을 경우, 주저하며 자신의 속사정을 이야기 시작한다.

불안장애의 진단을 받게 되면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흔하다. 가장 대표적으로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주로 처방한다. 항불안제는 불안증상을 즉각적으로 가라앉히는 역할을 하며 항우울제는 장기복용이 필요하지만 불안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불안장애 중 강박장애, 특정공포증, 사회공포증 등에서는 인지행동 치료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해서 모두 불안장애는 아니다. 적당한 불안은 우리를 미지의 위험으로부터 지켜주고 미리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끔 만든다.


또한, 불안장애에도 여러 하위 분류가 있고 각각의 진단기준이 있기 때문에, 진단기준을 충족해야만 진단이 내려지는 만큼, 함부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본인이 평소에 자주 불안하고 불안으로 인해서 예기치 못한 손해나 피해를 보는 일이 많았다 판단된다면, 한번쯤 전문의와의 면담이 필요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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