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진의 ‘Eye 러브 유’] 골프는 눈이 보이지 않아도 칠 수 있다

안녕하세요, 김안과병원 정종진 입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골프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오늘 제목에서 이야기 한 [골프는 보지 않고도 칠 수 있다 – You don’t have to See it to Tee it] 는 미국 시각장애인 골프협회의 슬로건 입니다.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보지 않고도 골프를 친다는 의미가 되겠는데요. 시각장애인도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 정종진 김안과병원 교수


처음 시각장애인도 골프를 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시각장애인 골프대회를 통해서였습니다.


김안과병원에서는 2009년부터 시각장애인 골프대회를 매해 개최하고 있었고, 골프를 치지 않던 2013년에 처음 ‘서포터’로 이 행사에 참석을 하게 되면서 보이지 않아도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포터’는, 눈이 보이지 않는 선수들을 위해 공을 놓아주고, 자세를 잡아주고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스윙은 선수 본인이 하게 되는데요, 생각해보면 스윙 궤도만 일정하다면 공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공을 치려고 몸이 먼저 덤비지 않아 정확한 임팩트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사진은, 서포터가 선수의 티샷을 위해 공을 놓아주는 장면입니다. 해당 선수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텐데요, B1 그룹의 선수는 이동시를 제외하고 플레이 시에 안대나 검정선글라스를 반드시 착용하여야 하는 규칙이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골프대회에서는 선수군이 여러 그룹으로 나뉘게 되는데요, 분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해당 분류는 국제시각장애인골프협회(International Blind Golf Association)에서 관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B1과 B2 그룹으로 나누어 경기를 하게 됩니다.


골프를 치는 분들이 궁금해 하실 만한 사항이 몇가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경기를 하는 것이니 만큼, 경기 시간이 길어지지는 않을지, 홀 별 최대 타수가 있지는 않은지 등등 인데요, 시각장애인골프대회에는 보통 홀 별 맥시멈 스코어가 있습니다.


최근의 대회에서는 파3홀은 8타, 파4홀은 10타, 파5홀은 12타까지로 규정하고 플레이가 진행됐습니다. 또한 한 스트로크 당 각 조의 첫 번째 선수에게 50초, 나머지 선수에게 40초의 시간이 주어지고 이를 초과하면 허용시간을 초과한것으로 간주하여 허용 시간 2회 초과시 1벌타가 부과됩니다. 허용시간을 4회 초과시 실격처리가 됩니다.


또, 보통 벙커에서는 클럽을 지면에 댈 수 없지만 시각장애인골프대회에서는 예외로 벙커를 포함한 페널티 구역에서 클럽을 지면에 댈 수 있구요, 서포터나 캐디를 플레이 선상에 세워둘 수 있습니다. 또, 자신의 볼에 자신 또는 캐디, 서포터, 휴대품에 맞아도 벌타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일반 대회와는 다른 규칙이 되겠습니다.


경기마다 다르지만, 보통 사용 티잉 그라운드 또한 남성은 B1의 경우 골드티, B2의 경우 화이트 티를 사용하고, 여성은 레드티를 사용하게 됩니다.


이 사진은 올해 8월 24일 신라CC 에서 있었던 제12회 김안과병원배 한국시각장애인골프대회의 사진인데요. 여름이라 선수분들이 힘드실까봐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바람도 불고 구름이 해를 가려주어 가을 같은 날씨에 함께 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골프를 좋아하는 세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루 종일 몇 평 되지 않는 좁은 진료실에 앉아있다가 초록색 잔디가 펼쳐진 그곳에 가면 마음껏 걸을 수 있다는 것 하나, 걱정도 근심도 그 순간만큼은 잊을 수 있다는 것 둘.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셋.


아마 이 이유는 골프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공통적으로 생각하시는 부분일 것 같네요.


이런 점은, 보이는 사람이든 보이지 않는 사람이든 누구나 누리고 즐길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이 글이, 보이지 않으면 골프를 칠 수 없고, 보이지 않으면 골프가 재미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시각장애인분들도 너무도 즐겁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스포츠라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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