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열의 정형외과 이야기] 슬기로운 환자 생활

정형외과 의사로서 15년 넘게 진료를 보다 보니 다양한 환자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많은 환자분들을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의사도 좋아하는 환자가 있고, 싫어하는 환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싫어하는 환자라고 해서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의사가 치료를 할 때 환자분과 서로 소통이 잘 돼야 시너지 효과가 나면서 치료를 제대로 할 수 있는데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서로를 이해하지 않는다면 좋은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싫어하는 환자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 류승열 힘내라병원 병원장


최근에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슬기로운 환자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여기서 슬기로운 환자 생활이란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과 친해지고 치료를 잘 받는 환자 생활을 뜻합니다.

저는 진료를 할 때 될 수 있으면 환자분들이 불편해 하시는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들어주려고 노력을 합니다. 환자분에게 편안함을 제공해 드릴 수 있고, 그 이야기 안에 아프게 된 힌트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환자분들은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닌데 그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기 주변 아팠던 친구들 이야기, 가족 이야기, 본인 젊었을 때 이야기 등등. 대기 환자분들이 많이 없을 경우에는 이런 이야기를 들어드리면 좋겠지만 대기 환자분들이 많을 때는 중요한 이야기를 해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길어지게 되면 정작 중요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이 줄어들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의사도 진료 시간에 압박을 받기 때문에 급한 마음에 제대로 된 설명을 못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분들도 진료를 보러 들어가기 전에 하고 싶은 이야기와 궁금한 것을 미리 생각해보고 중요한 내용을 미리 메모를 해 놓고 진료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분들도 역시 진료를 볼 때 의사의 말에 집중하고 귀 기울여서 들어야 합니다. 의사가 아무리 설명을 잘 해도 생소한 의학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해가 잘 안되거나 다른 의미로 해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15년간 계속 같은 내용을 환자분들에게 반복해서 설명 드리고 있기 때문에 제가 어떤 말을 하고 안 하고는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 어떤 환자분들은 다음 진료에 오셔서 제가 이해할 수 없는 생소한 내용을 저한테 들었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환자분에게 제가 설명 드린 내용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다시 설명을 드려도 분명히 의사 선생님께서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하시면서 역정을 내시는 환자분들도 있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 드린 것처럼 치료라는 것은 의사와 환자가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 일방적인 입장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와 환자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상호 협조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됐을 때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슬기로운 환자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진료를 볼 때 꼭 필요한 이야기 중심으로 하시고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서 들으시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꼭 다시 설명을 요청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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