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진의 ‘신경전(全)’] 치매인 줄 알았는데 우울증이라고요?

COVID-19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인 유행이 2년 이상 지속되면서 일상생활이 많이 달라졌다. 다행히 최근엔 유행 추세가 감소하면서 여러 제제가 완화돼 예전의 일상을 찾아가고 있지만 아직은 조심스럽다.

거리 두기가 완화되고 가정의 달을 맞이하면서 멀리 계시는 부모님 댁에 오랜만에 방문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연세가 있으나 평소 건강하시던 부모님을 오랜만에 뵀는데, 이전과 다르게 기억력이 감퇴되고 반응이 느려지는 등 혹시 치매가 의심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반드시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 있다.


▲ 오여진 소중한메디케어 신경과 과장

만약 부모님이 혼자 지내신다거나 코로나로 인해 외부활동이 확연히 줄어든 분이라면 단순히 치매가 아니라 혹시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울증이 단순 우울감이나 불면증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노인에게는 인지능력 저하와 행동 변화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 얼핏 보면 치매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울증에 의한 인지 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은 퇴행성 질환과 구분이 된다.

노인성 치매는 비교적 서서히 발생하고 인지 저하의 발생시점이 불명확한 편이다. 보호자한테 “언제부터 기억력이 떨어진 것 같나요?” 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그 시점을 정확히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울증에 의한 인지 저하는 원인이 되는 선행 요인이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배우자와의 사별이나 최근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고립 등으로 인한 외로움 등이 우울증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로 인해서 주변에 대한 관심과 즐거움을 잃고 무의욕증, 우울감, 불면증 등이 나타나고 점차 주의집중력이 저하되며 기억력이나 공간 감각도 떨어지는 등의 인지저하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인지 장애는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함께 나빠질 수 있으나, 다행히도 알츠하이머 치매에서처럼 심한 기억력 저하로까지는 진행되지 않는다. 또한 여러가지 신체 증상 예를 들어, 두통, 어지럼증, 소화불량, 가슴의 답답함 등을 자주 호소한다면 우울증이 기저에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노인에게는 실제로 다양한 내과적 질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있다면 진료를 보는 것이 우선이다.)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에서도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보통 기억력 감퇴가 서서히 발생하고 증상이 점차 진행되면서 우울증과 같은 감정조절 장애가 나타난다.

치매와 우울증에서는 유사한 증상이 많으므로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으며, 그래서 오래전부터 우울증에 동반되는 인지 장애를 “가성치매(pseudodementia)” 즉, 가짜치매라고 일컬어 왔다.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 저하는 우울증에 대한 치료를 적절히 받으면 우울감과 인지저하가 함께 개선 될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난 연로하신 부모님이 기억력 감퇴를 호소하신다면, 혹시 우울증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단순한 건망증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함께 가까운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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