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의 안티에이징 클리닉] 음주와 만성질환과의 관계

안타깝게도 코로나19 때문에 예전같이 모임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연말은 송년회 계절이다. 송년회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술인데, 술로 인한 건강문제는 잘 알려져 있음에도 보통 간에 안 좋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음주는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비만, 각종 암 발생율 증가, 자살율 증가 등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모임을 하지 못하니 집에서 혼술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요즘, 음주와 각종 만성질환과의 관계를 알아보도록 하자.


▲ 이규원 종로연세의원 원장


필자도 술을 좋아하는 편이라 집에서 한잔하기도 하고 식사 시 반주를 곁들이는 경우도 많은데, 과연 어느 정도의 술이 비교적 안전하고 어떤 음주습관이 위험한지에 대해 연구결과를 토대로 살펴보도록 하자.

필자가 전공의 시절 음주패턴과 대사증후군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문을 쓴 적 있다. (논문링크: https://bityl.co/ACi8) 한국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을 해보니, 똑같이 술을 마시는 행위라고 해도 비교적 안전한 음주와 위험한 음주로 명확이 나뉘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인의 음주습관의 위험성을 확인해 보려면 AUDIT-K라는 간단한 설문테스트를 해보면 참고가 된다. 총 10가지 문항이며 점수에 따라 알코올 의존성여부를 미리 판단해 볼 수 있다. (설문지링크: https://bityl.co/ACiA)

알코올 사용 장애의 선별테스트는 다음과 같다.


1. 음주의 빈도 (월 1회 이마, 월 2~3회, 주 2~3회, 주 4회 이상)
2. 1회 음주량 (1~2잔, 3~4잔, 5~6잔, 7잔 이상)
3. 한번의 술자리에서 6잔 이상 마시는 빈도(고위험 음주)
4. 술을 시작하면 멈출 수 있는지 여부
5. 술 때문에 다음날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지 여부
6. 술 마신 익일 아침 해장술을 마시는지 여부
7. 음주 후 죄책감 또는 후회를 하는지 여부
8. 음주 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지 여부
9. 음주로 인해 본인이나 타인이 다치는 경우가 있는지 여부
10. 가족이나 친구, 의료진이 당신의 음주에 대해 걱정하거나 음주량을 줄일 것을 권유받은 적 있는지 여부

필자가 쓴 논문의 결과도 그렇고, 최근 지속적으로 발표되는 논문들의 결론도 항상 한결 같은데, 바로 ‘고위험음주’의 위험성을 말하고 싶다.


덜 위험한 음주란, 주 2~3회 이하로 음주를 하며 1회 2~3잔 이내의 술 (잔은 각각의 술에 맞는 잔을 말한다, 소주는 소주잔, 맥주는 맥주잔, 와인은 와인잔 등) 은 암을 제외한 각종 만성질환의 위험률을 과히 증가시키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일부 수치는 오히려 전혀 음주를 하지 않는 군에 비해 일정 부분 심혈관계 질환 예방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고위험음주라면 얘기가 전혀 다르다. 고위험음주란 폭음을 얘기하는데 1회 음주량이 과도하게 많은 것을 말한다. 남자는 1회 7잔 이상, 여자는 1회 5잔 이상을 마시는 경우가 고위험음주라고 하는데, 이런 경우 건강상에 많은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월 1회라도 고위험음주를 하게 되면 공복혈당상승, 혈압상승, 허리둘레 상승, 이상지질혈증의 위험도가 증가한다. 고위험음주가 주 1회 이상일 경우 해당 수치는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약 1.5~2배 가량 증가하게 되며, 거의 매일 고위험음주를 하게 되면 상기 질환의 유병율이 2배~3배까지 상승하게 된다.

또한 고위험음주가 지속되는 경우, 근육량 감소와 우울감 및 자살율 상승 그리고, 각종 암발생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정리하자면, 고위험음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질환은 다음과 같다.


1. 당뇨병
2. 고혈압
3. 이상지질혈증
4. 비만
5. 근감소증
6. 자살위험 증가
7. 각종 암발생 증가

예전에는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소량의 음주로 얻을 수 있는 심혈관계 질환 발생율 감소로 인한 이점은 오히려 각종 암발생, 알코올성 간염의 위험으로 인해 상쇄된다.


술로 인해 발생율이 증가하는 암은 췌장암, 전립선암, 구강암, 후두암, 유방암, 식도암, 대장암 등이 있으며, 알코올성 간염의 발생율 또한 증가시킬 수 있다. 이들 질환은 술을 한방울이라도 마시면 조금이라도 위험도가 올라간다. 소량이라도 술을 마시면 약간의 이득을 취하고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고위험 음주의 경우라면, 소량의 이득도 없이 해악만 있다.

정리해보면, 술을 일절 마시지 않는 사람이 술을 소량이라도 마시는 경우보다 건강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코로나 시국이라 해도, 사회 분위기상 술을 한방울도 아예 안 마시고 살기는 어려울 수 있고, 인간관계 등에서는 술이 주는 이점도 있다. 최근 상당히 높아진 개인 스트레스 수치로, 술 없이 산다면 사회분위기가 더 불안하고 위태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의사들도 대부분 술을 좋아하고 폭음하는 의사들도 많기 때문에, 환자에게 술의 해악에 대해 적나라하게 말하기가 힘든 점도 있다. 이런 여러 사정으로 가려진 술의 본모습을 제대로 알고 조심하면서 마셔야 한다.

그렇다면 건강한 음주법이란 어떤 것일까?

술을 마시긴 하되 비교적 안전하게 마시는 방법, 즉 고위험 음주를 피하는 방법으로 우리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 많은 연구에서 1회 음주량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남자 7잔, 여자 5잔 이내로 마시기를 꼭 기억하도록 하자. 음주빈도보다는 1회 음주량을 줄여서 건강을 지켜나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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