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샘´s Diary] 당돌함의 무한한 가능성

예쁜 여학생 둘이 손잡고 들어온다. 그냥 보기에도 1학년 티가 줄줄 흐른다.

“선생님, 내 친구가 다쳤어요!” 큰소리로 외친다.

손등을 연필에 찍혀서 왔다며 다친 친구는 말이 없는데 데려온 친구가 재잘재잘 열심히 상황을 설명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 “내 친구가 무서워할까 봐 제가 데려왔어요!”


▲ 박희진 서울지향조등학교 보건교사


으응~ 그랬어? 대답해 주고 드레싱을 하고 있는데, 아까보다는 작게 같은 말을 반복한다.

“에효~~ 내 친구가 무서워할까 봐서 제가 같이 왔어요” 하며 드레싱도 유심히 관찰한다. 마치 임무 완성에 대한 만족감과 안도감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드레싱을 끝냈고, 다친 친구를 데리고 출입문으로 나가던 그 아이는 예의 바르게 “고맙습니다”까지 완벽하게 외치며 문을 나섰다.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던 중인지라 일어선 김에 나는 기지개를 한 번 크게 켰다.

“아으~~~”

그런데, 문을 나서던 그 종달새 같은 아이는 다시 큰 소리로 한마디 던지더니 문을 휙 닫고 사라져버린다.

“선생님도 스트레칭 좀 하세요!”

“......”

혼자 덩그러니 남은 순간 그 아이의 당돌한 말투에 말문이 턱 막혔으나 바로 이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푸하하~~ 쟤가 지금 나를 교육한 거야? 감히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그러고는 생각했다.

‘저 아이 정말 멋지고 매력이 넘친다!’

문을 나서는 순간에도 보건 선생님의 기지개까지 살피는 넓은 시각과 그 밝고 적극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시각으로 주위를 살펴 하나도 놓치지 않는 영민함을 지녔을 뿐 아니라, 친구를 보살펴야 한다는 아름다운 책임감과 봉사 정신도 갖추었으며, 교사에게조차 조언을 아끼지 않는 귀한 오지랖과 감히 번데기 앞에서도 주름잡는 저 자신감과 당돌함까지.

게다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똑똑하게 전하고 표현할 줄 아는 쾌활함에, 고맙다는 인사도 할 줄 아는 예의 바름까지!

참으로 예쁘고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였다. 겨우 초등학교 1학년밖에 안 된 아이가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다니!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자랑스러운 인재가 될 것이 분명했다.

학생의 자그마한 행동 하나도 들여다보면 다 이유가 있듯이 학생이 보여주는 조그마한 아름다움도 앞으로 그 아이의 인생에서 커다란 변화와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씨앗 임을 명심하자며 내 마음을 재차 점검해본다.

‘아~ 나는 이런 소중한 아이들을 매일 마주하고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구나’ 묵직한 책임감과 함께 직업의 감사함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 종달새 같던 친구의 조언대로 나는 잠시 스트레칭을 하며 마음에 번지는 유쾌함에 빙긋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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