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덕진의 포켓 한의학] ‘순채’의 한의학적 효능과 주의점

순채 혹은 순채 나물은 수련목, 어항마름과에 속하는 다년생 부엽성 수생식물로, 순나물이라고도 불린다. 주요 서식지는 동아시아, 호주, 아프리카, 동인도, 미국 등의 온대 지방 및 열대 지방이며, 유기물이 풍부한 연못이나 약산성인 호수에서 주로 발견된다. 국내에서는 제주도를 비롯해 주로 전라남북도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과거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랐다고 한다.


▲ 반덕진 덕진한방사상체질과한의원 원장

순채의 뿌리줄기는 진흙 속에서 옆으로 뻗어 있고 줄기는 물속에 가라앉아 있다. 잎은 수면에 뜨고 달걀 모양 또는 방패 모양이며, 이러한 형태로 인해 영문으로는 ‘Water Shield’라고도 불린다. 잎은 줄기와 함께 자랄 때 점액질에 둘러싸여 자란다. 꽃자루는 잎맥에서 나오고 길이는 10㎝. 부드러운 털이 있고 수면에 노출돼 있다. 꽃의 지름은 2.5㎝ 정도이며 개화기는 6~8월이다.

순채에 대한 기록은 ‘주례’와 ‘시경’ 등의 고대 중국 서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원전 주나라 시대의 각 제도에 대해 기록한 주례에서는 순채를 격식 있는 그릇에 담아 진상하라는 기록이 있다. 주나라 시대의 시를 담은 서적인 시경에서는 묘(茆)라고 언급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의 가정생활 백과사전으로 알려진 ‘규합총서’에서 순채가 언급되었는데, 순채로 만드는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순채는 오래 전부터 동아시아 지역에서 식재료로 활용돼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의학에서 순채의 잎과 줄기는 약재로 활용돼왔다. 순채의 맛은 달고 성질은 차다. 순채는 열을 내리고 소변을 잘 보게 하며 붓기를 낫게 하고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 또한 ‘동의보감’에서는 순채에 대해 “붕어와 함께 넣어 국으로 복용하면 잦은 구토와 소화불량을 치료한다”고 언급하고 있으며, 당뇨에는 순채를 국이나 채소절임 조리해 복용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순채는 소화기능 개선과 당뇨 증상 개선에 효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상의학에서 태양인은 몸에 열이 발생하고 체외로 에너지가 쉽게 배출돼 몸이 건조해지기 쉽다. 소화기능이 건조해 구토가 자주 발생하는 태양인의 경우 성질이 차가운 순채를 국으로 복용하면 좋다. 그러나 순채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소화기가 쉽게 차가워질 수 있는 소음인의 경우에는 구토가 자주 발생할 때 복용하면 오히려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순채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복용하게 되면 관절을 뻣뻣하게 하거나 잠을 너무 많이 자게 하는 기면증이 생길 수 있으며 소화기를 차갑게 할 수 있기에 장기간 복용하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순채의 추출물은 암세포에 대한 독성 작용, 강심, 이뇨, 담즙분비촉진, 혈압 강하, 항바이러스 등의 약리 작용에 대한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최근 연구에서 순채의 점액질에서 추출한 물질이 피부 보습 효능 및 피부결 개선 효과가 있음을 보고한 바 있어서 향후 화장품 등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순채는 과거 우리나라 연못이나 호수에서 자주 볼 수 있었으나 수질이 오염되면서 점차 우리나라에서 찾기가 어려워졌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순채는 멸종 위기에 놓여있으며 보호 식물 2급으로 지정된 상태다. 최근에는 멸종 위기에 놓인 우리나라 순채의 보존에 필요한 자원 확보와 대량증식 기술 및 보전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순채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져서 우리나라의 순체 개체도 증가하고, 선조들이 사용하였던 순채의 효능이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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